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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理放談

감정 거울

by 문기정 2011. 2. 7.

 

 


감정 거울

 

 

쿨리(C.H. Cooley)는 ‘거울 자아(looking-glass self)’ 이론이라는 걸 발표했다.

‘거울자아’란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상상에 의해 얻어진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쿨리에 의하면 인간의 자아인식이란 갓난아이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부단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서서히 형성하게 되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타인`이 없는 상황 속에서 `나`라는 의식이 형성될 수 없다고 보았다. 여기서 나를 비추어보는 거울이 타인이라는 것이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즉 나를 객관화하는 상상을 하고, 남들의 평가가 어떤 것일지 상상한 뒤 타인의 반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아가 파악되는 것이다. 자아는 온전히 혼자 힘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있음으로서 알 수 있다는 것이 쿨리의 주장이다.

 

수선화에 얽힌 전설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는 연못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에 그만 매혹 당해 버렸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그 얼굴은 만지려고 손을 뻗으면 어느새 사라져 버려서 나르시스의 안타까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연못 속의 아름다운 얼굴은 바로 나르시스 자신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모르고 오로지 그 얼굴만을 그리워하던 나르시스는 끝내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리고 나르시스가 죽은 그 연못가에는 한 떨기 수선화가 피어서 ‘나를 잊지 마세요’ 라고 속삭일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나르시스가 연못 속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가 죽음을 택할 리 없다.


‘거울 자아’ 란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상상에 의해 얻어진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처음에 다른 사람을 통해 자기가 예쁘다는 말을 들음으로써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마침내 그녀는 자기가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게 된다. 결국 자아란 자신의 특성보다는 주변 환경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거울을 자주 본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신의 생김새를 안다. 만약, 자신이 비춰진 감정의 거울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준다. 거기에는 보탬이나 뺌이 없으며 치장도 없다. 만약 거울이 치장을 하여 비춰준다면, 사람들은 거울보기를 피할 것이다. 거울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그의 진실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통하여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의 잘못을 고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벽에 걸어둔 거울이든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든 간에 그 영상이 뚜렷할수록 인간은 더 성장하고 잘 변화한다.


부모는 감정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 안 좋은 모양인데?”

“엄마한테 불만이 있나 봐. 말도 안 하는 걸 보니.”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부모가 이야기하면 부모의 감정거울을 보고 아이는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이 상할 때, 이야기를 귀담아 주고 이해해 준다면 위안이 될 뿐만 아니라 도움이 된다.

비판과 설교로 얼룩진 대화에서 벗어나서 상냥한 대화를 통하여 감정을 이해해 준다면 마음을 치료해주는 양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괴로워할 때나 두려워할 때, 부모들 대부분은 나름대로 진단하고 판단을 내리고 충고를 하려든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부모의 의도와는 달리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충고나 설교는 대부분 너-메시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너는 그래서 탈이야. 좀 고분고분하면 안 되니?”

“넌 참으로 어리석은 아이야.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야.”

아이의 고통에 더하여 모욕을 하는 셈이 되고 말았으니 효과는 영점이다.


좀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아이에게 동정하고 이해하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난 네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난 네가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아이는 속으로 응답할 것이다.

‘그래, 내 기분이 좀 나아지면 좋은 방법이 생각날 거야.’


거울에 비춰보는 나, 감정거울(타인)를 통하여 비춰보는 나.

거울 속의 내가 바로 비춰질 때 '나'의 바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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