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표현하려면
어릴 때부터 화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많다. 화를 내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배우기도 했고, 화를 내면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죄악이라고까지 말했다.
살아가다 보면 화를 낼 일이 많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자주 화를 내게 된다. 자녀들에게 낸 화는 오래가지는 않지만, 당사자인 아이들은 당황하게 마련이다.
화를 내는 부모들은 대부분 냉정함을 잃는다. 함부로 말을 하게 되고 아무렇게나 야단을 친다. 야단만이 아니다. 창피를 주기도 하고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후에는 부모로서 슬며시 자책을 하게 되고, 심지어는 죄책감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는 아이들이게 화를 내지 않겠노라고 다짐도 해 본다.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 폭발할지 모를 활화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이는 화(분노)는 감기와 같다고 했다. 그래서 빈번히 재발한다. 화내기를 싫다고 한들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감기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는 있지만 이를 막기란 쉽지 않듯, 분노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늘 갑작스럽고 예기하지 않게 닥치는 것이다.
우리는 화내는 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가정을 상정해 보자. 그 가정은 평화롭게만 생각되지만 인간 본성이 갑자기 평화롭게 변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것은 화를 폭발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화를 누그러뜨리는 기술(깊은 사려)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부모는 분노를 위장하여 성자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분노를 의식하고 그것을 존중한다. 분노를 오히려 상냥하게 만드는 근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부모들은 대부분 언어와 감정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이에게 창피나 모욕을 주지 않고도 분노(화)를 발산하고 있는 다음의 대화를 인용해 보겠다.
상황1: 아이가 정신없이 놀다가 소지품이 마룻바닥에 널려 있다.
엄마: “구두, 양말, 셔츠, 스웨터 따위가 마룻바닥에 온통 널려 있는 것을 보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창문을 열고 길바닥에 모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
상황2: 큰애가 동생을 때리고 있다.
엄마: “네가 동생을 때리는 것을 보면 몹시 화가 나. 화가 나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단 말이야. 속이 부글부글 끓네!”
상황3: 밥을 먹다 말고 TV 앞으로 달려간다.
엄마: “밥을 먹다 말고 지저분한 접시와 기름투성이 냄비들을 그대로 두고 텔레비전 앞에 달려가는 걸 보면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 접시로 텔레비전을 박살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어!”
상황1
아이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 내가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팽개쳐버리니까 엄마가 기분이 나쁘셨구나. 다음부터는 정리를 해 둬야겠다.’
상황2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나는 자꾸 동생을 때리는 거지? 엄마, 미안해요.’
상황3
아이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지저분한 것을 그대로 두고 텔레비전을 보는 건 안 되겠지? 지금이라도 치워야지.’
부모는 다음 사항을 인정해야 한다.
첫째, 아이들을 대하다보면 더러 화가 날 수도 있다.
둘째, 우리는 화를 낼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셋째, 아이의 성격이나 인격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분노의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
그래서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첫 단계 연습: 이름을 붙여 확인하기
“양말! 셔츠!” “접시, 냄비!”
두 번째 단계 연습: 감정을 짤막하게 표현하기
“나, 화가 나서 머리가 돌 지경이야.”
세 번째 단계 연습: 화가 난 까닭, 마음속의 상황, 바라는 행동 표현하기
“저녁 먹으라고 불러도 빨리 오지 않을 때는 화가 나. 그럴 때면 나는 혼자서 중얼거려. ‘맛있는 음식 솜씨 칭찬 좀 해주지.’하고 말이야.”
이와는 반대로 잘 못 표현하는 예를 인용해 보겠다.
상황: 아이가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골동품 벽시계의 유리를 깨뜨렸다.
아빠: “넌 도대체 물건을 소증하게 다를 줄 몰라. 오늘 저녁,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다시는 공을 가지고 거실에서 놀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혼내줄 테니!”
우리 부모들이 자주 사용하는 잘못된 표현을 보면, 아이의 잘못만을 탓하고 위협하고 긴장시키는 예가 많다.
성숙된 부모일수록 화를 다스리고 감정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화를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여야 한다.
(201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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