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의 그늘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학습이 숙제로 연결되어 있다. 교사가 제시한 숙제를 알림장에 받아와서 집에 돌아오면 숙제부터 챙기게 됐다. 숙제를 하고 놀게 하거나 숙제를 하면 아이의 부탁도 들어주고 공부 잘했다고 칭찬도 한다. 숙제가 공부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정작 숙제가 공부의 전부일까? 숙제는 그날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기도 하고, 기능을 연마하기도 하고, 반복 연습하여 기억하기도 하며, 다음 학습을 준비하는 과업이다. 모두 아이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숙제의 책임을 도맡으려한다. 부모가 숙제의 책임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숙제=공부(학습)라는 자기 경험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기 경험에 비추어 숙제만 잘하면 학교 공부가 다 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또 숙제를 해 가지 않으면 교사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며 잘못 체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보호 차원에서라도 숙제는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숙제에 대하여 주관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숙제는 아이와 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숙제를 검사하거나 조사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부모가 숙제에 대한 책임을 떠맡으면 아이들은 기꺼이 부모에게 숙제를 맡기게 된다. 한 번 떠안긴 짐은 쉽게 벗을 수 없다. 되레 숙제가 부모를 비난하고 협박하고 이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아이에게 “숙제는 네 책임이야.”라고 명확히 말해 두어야지 많은 재앙이 사라지고 즐거움이 더해진다. ‘일’은 부모의 책임이 되겠지만 ‘숙제’는 아이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 숙제는 엄격히 말해서 아이와 교사의 책임이라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교사는 왜 숙제를 내 주는가? 그날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연습하고 적용하고 체계화 하는 데 재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음 학습을 준비하는 작업으로서 예비학습을 시키려는 것이다. 숙제의 가치는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능력에 맞는 숙제를 내주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부모가 간여하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다. 좋은 교사는,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설령 숙제를 내준다 해도 그 숙제는 아이의 능력에 맞고 짐이 되지 않게 제시한다. 부모는 숙제의 책임은 지지 않지만 이를 지켜보아야 할 의무를 지닌다. 아이가 숙제를 하느라 끙끙대는데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아이가 숙제를 하는 데 방해되는 말을 하지 않고, 공부방과 참고서를 마련해 주고,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숙제할 때 부모가 옆에 있으면 좋아한다. 그래서 숙제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부엌이나 식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봄직하다. 숙제를 하는데, 부모가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것보다는 위로하고 격려한 편이 낫다. 만약 아이가 부탁을 해오면 요점을 간명하게 지적해 주거나 문장을 설명해 주는 정도면 바람직하다. 부모도 가끔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기도 한다. 나중에 해도 좋을 질문을 한다거나 심지어는 심부름을 시켜서 숙제를 방해한다. 아이들이 숙제하는 모습을 보자. 연필을 빙글빙글 돌리는가 하면, 의자를 앞뒤로 흔들기도 하고, 다리를 덜덜 떨기도 하고, 심지어는 음악을 들으며 숙제를 하는 아이도 있다. 부모가 거기에 대하여 이야기하거나 제지하면 아이들은 욕구불만에 빠지게 되고 공부도 방해를 받는다. 만약 요구를 하려면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을 하여야 한다. 부모가 학교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도 숙제에 대한 아이의 태도가 달라진다. 학교를 비난하거나 교사를 무시하면 아이도 그런 태도에 물들기 쉽다. 부모는 교사의 지위를 옹호해 주고 교사가 아이에게 책임지고 숙제를 하라고 요구할 때 이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 교사가 엄격하면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올해는 정말 힘들겠구나.” - “선생님이 공부를 많이 시킨다고 들었어.” - “선생님이 숙제에 대해서는 정말 엄격하다고 하더라. 올해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숙제의 가치는 상당하다. 숙제를 하고나니 애매한 것들이 분명해지고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원리나 원칙을 적용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비교분석하는 힘이 생기거나 의미를 통합하고 평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면 그 가치는 지대한 것이다. 이해하고 분석도 하고 통합도 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더욱이 수업 시간에는 풀리지 않던 문제를 숙제를 하면서 풀게 되면 그 기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되며 공부할 재미는 더해진다. 자기주도 학습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말이다. 숙제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했을 때 가치가 상승되지만 참고서에 의지하거나 양적인 분량만 채워간다거나, 아무런 생각 없이 복사하는 수준이어서는 그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숙제는 부모에게 많은 숙제를 안기기도 한다. -아이의 학습을 어떻게 도와줄까. -어떻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줄까. -어떻게 말해야 기분 좋게 자기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을까. -칭찬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숙제를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 어떻게 할까. -교사에게 벌을 받은 아이를 어떻게 다를까. 숙제를 잘하는 아이의 심리변화를 살펴보자. -숙제를 미루고 게임이나 했으면 좋으련만. →그래, 숙제를 마치고 게임을 하면 좋겠지? →내가 풀 수 있는 것들이라 점점 재미있는데. →이걸 외워두면 시험 보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어. →어라,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지 뭐야. →엄마가 숙제하라는 말을 안했지만, 숙제를 하고나니 기분 좋은데. →이 부분은 좀 더 많이 공부해 두어야지. 쓸모가 있어. →다음 시간에 공부할 내용을 미리 봐 둘까. 다음 시간에는 더 재미있겠는걸. →선생님께서 칭찬까지 해 주시다니. 엄마도 칭찬? →숙제하는 일이 기뻐.(스스로 공부하니까 기분이 좋아.) 스스로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의 심리는 어떨까. 부모나 교사는 숙제의 그늘을 헤아려야 한다. '왜 스스로 숙제를 하려들지 않는가?' (201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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