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지식>
미국식 심리학
심리학을 미국식이라고 명명한 데도 이유가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주로 탐구하였다. 그들이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동물들을 보면 독일식 연구와는 달리 부산하게 움직이다가 ‘우연히’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이 내면 심리의 변화를 주로 연구한 독일의 심리학자들과는 차이가 난다. 그래서 미국식 심리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본 것이다.
앞 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심리학은 마음의 이치를 따지는 학문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심리와 심리과정만 연구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전체를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누구나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행동을 연구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는데, 이러한 입장에 선 분들이 주로 미국의 심리학자들이다.
왓슨(Watson)이라는 분은 과감하게 ‘심리학은 인간 행동을 주제로 삼는 자연과학’이라고 했다.
인간 행동이란 외현적인 행동, 언어 그리고 관찰 가능한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행동을 강조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를 ‘행동주의 심리학’이라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에게는 심리학 보다는 ‘행동학’이 더 어울린다.
스키너(Skinner)라는 분은 보수훈련 실험을 했다.
스키너는 그의 특유한 실험 상자를 고안하였다.
이 상자 속에는 지렛대와 먹이통이 있다.
배고픈 쥐를 이 상자 속에 넣으면 여러 가지 행동을 한다. 여기 저기 오가기도 하며 냄새도 맡고 두 발로 서기도 한다. 어쩌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통에 먹이가 쏟아진다. 쥐는 먹이통의 먹이를 배불리 먹는다.
배가 고파지면 또 상자 속을 오가기도 하고 두 발로 서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건드리면 또 먹이가 쏟아져 나온다.
이러다가 배가 고프면 지렛대를 눌러 먹이가 나오게 하는 행동(학습)이 이루어진다.
손다이크(Thorndike)는 시행착오학습을 연구했다.
손다이크 역시 실험 상자를 고안했는데 이름을 문제상자라 하였다.
문제상자 속에는 여러 개의 끈이 매달려 있다. 그 중 한 끈을 잡아당기면 문이 열리는 장치이다.
문제상자 속에 배고픈 고양이를 집어넣고, 상자 밖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고기를 놓는다. 고양이는 상자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앞발을 내밀어보기도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천장에 매달린 끈을 물어 뜯어본다. 우연히 두 번째 끈을 물어 잡아당기니까 문이 열렸다. 밖으로 뛰어 나온 고양이는 배불리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고양이는 문제상자 속에 가두어지고 배가 고파진다. 밖에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고기가 놓인다. 이번에도 매달린 끈을 물고 뜯다가 우연히 두 번째 끈을 잡아당겨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바로 두 번째 끈을 잡아당겨 문을 열게 된다. 두 번째 끈을 잡아당기면 문이 열린다는 학습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심리학자들도 ‘학습’이라는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반복적인 경험에 의하여 개체에게 일어나는 비교적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
위의 실험에서와 같이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지렛대를 누르게 되거나 매달린 끈을 잡아당기는 행동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 행동은 상당기간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학생)에게 있어서도 동일한 경험을 반복(연습)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변화된 행동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의를 하게 된 것인데, ‘행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다분히 행동주의(미국식 심리학)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보수훈련이 되었건, 시행착오학습이 되었건,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상당 기간 유기체에게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의 변화’라고 표현함으로써, 심리학이 ‘행동학’임을 은연 중 나타내고 있다.
심리 연구에 있어서 연구 설계는 다르겠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연구 결과를 놓고 볼 때, 다분히 미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국 사람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활동적인 성격이 강하다.
연구용 동물들도 미국인의 국민성을 닮았는지 모른다. 부산하게 움직이다가 우연히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연구자의 의도에 따라서는 동물도 그들의 성격을 닮게 마련인 모양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심리학을 ‘미국식 심리학’이라 명명해 보는 것이다.
(201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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