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포부와 부모의 기대 사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자녀들은 어떤 성취압력을 받게 될까요.
①아이의 지적능력은 상위, 부모의 기대도 상위
②아이의 지적능력은 상위, 부모의 기대는 중위
③아이의 지적능력은 상위, 부모의 기대는 하위
④아이의 지적능력은 중위, 부모의 기대는 상위
⑤아이의 지적능력은 중위, 부모의 기대도 중위
⑥아이의 지적능력은 중위, 부모의 기대는 하위
⑦아이의 지적능력은 하위, 부모의 기대는 상위
⑧아이의 지적능력은 하위, 부모의 기대는 중위
⑨아이의 지적능력은 하위, 부모의 기대도 하위
위에서 밑줄 친 부분을 주의해 보기로 합니다.
①아이의 지적능력은 상위, 부모의 기대도 상위
⑤아이의 지적능력은 중위, 부모의 기대도 중위
⑨아이의 지적능력은 하위, 부모의 기대도 하위
①번의 경우, 상위 능력에 걸맞은 기대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보입니다. 그 아이의 학업성취에 대한 욕구랄까, 목표랄까 하는 자신의 포부가 어느 정도인가를 밝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즉 자신의 포부 수준을 높이고 있는지, 아니면 낮추어 잡고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비록 지적 수준은 높다 할지라도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낮게 잡아 작은 만족을 얻으려는 아이가 있을 수 있고, 자기의 능력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포부 수준을 높여 높은 성취를 목표로 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후자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전자의 경우에 주목해야 합니다.
능력은 있는데 노력하지 않는 아이, 능력보다 뒤떨어져도 무관심한 아이에게 어떤 처방이 주어져야 할까요. 이런 경우, 학업 성취에 대한 동기유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인 것입니다.
⑤번 아이, ⑨번 아이도 심리적으로 크게 문제는 되지 않으나 능력 이상의 성취를 기대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잠재적입니다. 또한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심리학자들은 지적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능력에 맞추어 부모의 기대 또한 그 수준에 머문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포기한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아이의 포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부모의 기대와 관계없이 향상되거나 저하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적 능력이 낮은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가 높을수록 심리적 압박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학습해 버리면 기대의 높낮이에는 별 상관없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밑줄 치지 않는 부분에도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만 여러 상황에서 가장 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아이의 포부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노트에서는 아이의 포부수준에 대하여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자주 쓰이고 있는 ‘포부수준’이란 무엇일까요.
포부수준이란 학습자가 어떤 학습과제에 당면했을 때, 구체적으로 자신의 성취도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기 자신이 성취 가능한 정도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지요.
Dembo(1931)라는 분은 포부수준(level of aspiration)이란 일반적으로 현재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와, 유사한 목표에 도달하려고 시도하여 얻었던 과거의 지식으로부터 미래의 목표달성에 대해 추측하는 예언수준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포부수준은 행동에 관한 개인의 욕망 혹은 기대이며 더 잘하려는 욕망과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추정 사이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포부수준은 개인이 어떤 과제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신념의 표현이며 성취를 높이고자 하는 인지적 동기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습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포부수준을 높이 잡게 합니다. 그러나 포부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지니게 하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학습자의 여러 가지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 도전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포부수준을 잡게 하여야 합니다. 여러 가지 조건이란 지적, 정서적, 신체적 조건 모두를 포함합니다.
처음 잡았던 도전 목표가 달성된다면 다음에는 다시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가면서 점차적으로 포부수준을 높여가는 것입니다.
줄곧 성공 경험을 갖게 되면 그 경험 자체가 힘이 되어 포부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여 나아가게 되지만, 계속적으로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포부수준을 오히려 낮춤으로써 자아를 보호하려 합니다. 실패를 뻔히 예견한 학습자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포부수준을 높게 잡아서 그 자체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이 성취하려고 하는 목표(포부수준)를 적절하게 설정하여 과제에 도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포부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과거 수행 결과(획득한 점수), 둘째는 포부수준의 설정, 셋째는 새로운 수행, 넷째는 새로운 수행에 대한 반응입니다.
첫째와 둘째, 즉 과거의 성적과 포부수준간의 차를 ‘목표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성적보다 포부수준을 높이면 ‘목표차’는 +가 됩니다. 반대로 포부수준을 낮추면 ‘목표차’는 -가 됩니다. ‘목표차’가 -이면 학습동기가 저하된 경우입니다.
둘째와 셋째, 즉 포부수준과 성취 점수와의 차를 ‘획득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취 점수가 포부수준을 넘으면 ‘획득차’는 +가 됩니다. 반대로 성취 점수가 낮으면 ‘획득차’는 -가 됩니다.
넷째, 새로운 수행에 대한 반응을 보면, ‘획득차’가 +일 때 성공감을 갖게 되고, -일 때 실패감을 갖게 되지요.
대체로 한 개인이 어떤 과제에서 성공했을 때는 다음의 과제 수행에 대한 포부수준을 높이고, 실패한 뒤에는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곧 성공은 도달 목표를 안정적으로 설정하는 데 계속적 영향력을 미치고 포부 수준을 높여주지만, 실패는 포부수준을 낮추게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성공이나 실패의 경험은 학생의 학습 도달 목표(포부수준)의 설정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포부수준은 학업성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위의 연구노트만을 들여다보면 포부수준을 높여주자는 취지의 동기적인 측면을 너무 강조한 것 같습니다.
한편, 지적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은 시험 실패의 원인을 ‘노력의 부족’이라고 보고, 비록 실패를 했다하더라도 다음 시험 성취의 목표(포부수준)를 오히려 높이는 학생이 많다는 점(귀인이론)에서 본다면, 성공과 실패경험에 따라 포부수준을 높이거나 낮춘다는 일반적인 경향만을 고려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시험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에 귀인하게 하는 교사의 귀인훈련 또한 학습동기를 높이는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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