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壽)가 늘어서
요새 노인을 위로하는 말.
60대는 소년이요, 70대는 청년이로다. 80대는 장년, 90대가 되어서야 노년이라네.
비록 듣기 좋은 말이라고는 하나, 우리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도 예전 같이 늙음이 없으니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늙음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그들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생기발랄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華甲(61), 七旬(70), 望八(71), 喜壽(77), 傘壽(80), 望九(81), 米壽(88), 卒壽(90), 白壽(99), 上壽(100)라 하여 나이 든 분을 축하하고 공경했던 우리 전통에서 보면 옛날부터 인생의 정명을 100세 정도로 보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120세 정명이라 하니 국가와 자손들에게 부담을 안기지나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눈이 어두워지기 전엔 미처 몰랐네.>지셴린(1911-2009)
정말로 알았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정말로 알았네. 인간 사는 곳이 수려하다는 걸. 정말로 알았네. 우리 삶이 사랑스럽다는 걸.
작고하신지 14년이 되신 어머니(94세)는 이 좋은 세상을 못 보고 떠나신 분들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우리 어머니께서도 시를 쓰셨다면 다음과 같이 읊조리셨을 게다.
정말로 알았네.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정말로 알았네. 우리 삶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세상은 아름답다. 우리 사는 이곳이 수려하고, 삶이 사랑스럽다.
아름다운 세상, 수려한 세상, 사랑스런 삶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생은 ‘각각의 승리’를 이어왔다. 심리적 용어를 빌리자면 발달 단계별로 위기를 잘 극복해 왔다.
공자님은 일생을 바르게 엮어 오신 분이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從心)."
에릭슨도 인생의 사회·심리적 발달은 그 단계마다 위기가 있는데, 그 위기를 극복하면 바르게 성장한다고 했다.
◇(0-1세)기본적 신뢰감 형성 어머니 또는 주요 양육자에 대한 신뢰감 형성
◇(2-3세)자율성 형성 걷기, 쥐기, 달리기 등의 신체적 기술 형성
◇(4-5세)주도성 형성 목표 지향적 활동을 조직함
◇(6-11세)근면성 형성 학업 기술과 도구 사용 등을 포함한 모든 기본적인 문화 기술과 규범 습득
◇(12-18세) 정체감 형성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형성
◇(19-25세)친밀감 형성 이성 또는 동성 간의 깊은 친밀성 유지
◇(26-60세) 생산성 형성 자녀 출산과 양육, 직업의 성취와 사회적 공헌 등 생산
◇(61세-)통합성 형성 이전의 모든 단계를 통합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타협하여 노년의 악조건을 겸허하게 받아들임
수가 늘어서 우리도 어느덧 70이 된다. 예전 같으면 이미 세상을 떴을 나이. 우리는 아직도 아름다운 세상과 대화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못 다한 일들을 정리도 하고, 글도 읽고 쓰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공자의 종심 나이이며 에릭슨의 통합성 나이이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
인생에 있어서 70은 서서히 인생의 갈무리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인생을 갈고 닦음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야 할 시기이다.
-자기 인생에 대한 확고한 목표 -평생 학습 -상대방에 대한 배려 -인생의 정도(正道) 고수 -안분이양복(安分以養福 분수를 지킴으로써 복을 누린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그러나 종심의 나이에 든 분들에게 드리는 헤비거스트의 제안이다.
- 줄어가는 체력과 건강에 적응하세요. - 은퇴와 수입 감소에 적응하세요. - 자기의 동년배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세요. - 사회적, 공민적 책임을 이행하세요. - 만족한 생활조건을 구비하세요.
나는 여기에 덧붙여 - 집에 혼자 있지 마세요.
(2012.8.29. 음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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