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의 ‘도가니’
영화 ‘도가니’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접한 후, 이 나라 특수교육의 어두운 면이 비춰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넘어, 과연 이러고도 교육이라는 명분을 내걸 수 있는지 울분을 토하면서도 현장에서 묵묵히 특수교육사명을 다 하시고 계시는 교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충분히 되고 있지 못한 점에 대하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는 광란의 ‘도가니’, 분노의 ‘도가니’, 슬픔의 ‘도가니’로 쓰일 때의 그것이라며 공지영 작가가 소설 제목으로 '도가니'를 선택한 이유는 특수학교(청각)라는 공간적 배경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너무나 태연하게 벌어지는 ‘광란의 도가니’라는 뜻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영화 관계자는 '도가니' 개봉 이후 실제 사건에 대한 관심과 공분으로 온라인이 ‘도가니’처럼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이어, 사건 재조사 등의 행동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도 이틀 만에 4만 여명의 네티즌이 참가했다.
공지영 씨의 소설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썼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무진 자애학원. 그 곳에서는 거의 5년간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청각장애 아이들을 상대로 교장과 평교사 몇몇이 상습적인 성폭력을 행해왔다. 그것이 이윽고 2005년 11월, 한 방송을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영화는 그 과정을 아주 담담하게, 그러냄으로써 끔찍한 진실을 보여준다. 관객은 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가슴은 아프기만 하다.
이 학원에서 일부 교직원이 자행한 성폭력행위는 성 도착적 행위이다. 정상적인 성행위는 성인이 서로 동의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상호작용이다. 그러나 이 기준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성에 몰두하는 경우, 이를 성도착증이라 한다. 성도착증이란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대상물을 선호하거나, 이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적 고통을 강요하며, 강제적으로 성행위를 자행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용어이다.
성도착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정신 역동적으로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고착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 반응적 조건형성, 행동 강화라는 단순한 행동적 설명도 가능하다. 또한 신경과학적으로는 성적 흥분이 중추신경계 신경전달물질의 장애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성도착증이라는 용어보다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개념은 역시 성폭력(Sexual Violence)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성폭력은 형법 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강간, 강제 성추행 등의 범죄와, 성희롱 등 성적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어사전상으로 성추행은 강간(强姦)이나 그에 준하는 짓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며, 성희롱은 이성(異性)에게 상대편의 의사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다.
‘도가니’에 보이는 학교 내에서의 성폭력은 위의 성희롱 사례가 많아 보인다. 더욱이 성추행이 수반되었다면 가공할 일이다. 학원에서는 교육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을 필수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있지만, 여기에 연루된 교직원들은 교육 이수 상태나 교직관 형성에 문제가 있다.
성도착증 남성 환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여성물건애 : 속옷, 하이힐 등 여성의 물건을 모아서 보거나 자신의 몸에 문지르면서 성적 쾌감을 느낀다.
- 의상 도착증: 이성의 옷을 입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다. - 노출증 보기를 원치 않는 타인에게 자신의 신체일부를 보임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낀다. (바바리 맨)
- 관음증: 몰래 다른 사람의 성행위나 성기, 신체를 관찰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낀다.
- 가학증 (sadism): 타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다.
- 피학증 (masochism):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욕과 고통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다.
- 접촉 도착증: 비정상적으로 타인에게 접촉하여 신체일부를 만지거나 문지름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것, 즉 마찰도착증이다.
- 소아 기호증: 성인 대신 어린아이와의 성적 접촉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다. 어린아이의 신체 부위를 만진다.
- 강간: 동의하지 않는 타인에게 이루어지는 성교이다.
이 밖에도 동물 기호증, 전화 및 컴퓨터 외설증 등 다양한 성도착증의 형태가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의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육체적 행위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기 등의 신체적 접촉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등
2. 언어적 행위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회식자리 등에서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
3. 시각적 행위 -외설적인 사진, 그림, 낙서, 음란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직접 또는 팩스나 컴퓨터 등을 통하여 음란한 편지, 사진, 그림을 보내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기타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 되는 언어나 행동
법으로 규정된 성희롱 금지 영역 중 학원 관련 영역을 보면, 교육기관 또는 교육훈련기관 등의 종사자, 사용자 및 근로자가 학습자나 교육응시자에 대하여 성희롱을 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하는 자, 즉 교육자는 학생을 보호하고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를 위해 존재하는 분들이다. 정신질환자가 아닌 경우에는 도저히 성도착행위란 상상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성도착증을 지닌 사람은 교단에 설 수가 없다. 교육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여야 하며 항상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고 ‘어버이 마음’으로 돌보는 사도(師道)를 행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성도착 환자에게는 교단을 정지시키고 법적 심판을 받게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새 인생을 위하여 조속한 치료(정신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약물치료 등)가 병행되어야 한다.
오늘도 특수학교에서 소명을 다 하시는 무명의 교직원들에게 찬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2011.10.15.)
|
'心理放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빅터! 내게 힘을 줘 (0) | 2011.11.02 |
---|---|
피그말리온 효과/플라시보 효과/바보 빅터 (0) | 2011.11.01 |
[스크랩] 지킬 박사의 이중성 (0) | 2011.10.07 |
명절, 며느리 심리 (0) | 2011.09.21 |
[스크랩] 피터팬 신드롬 (0) | 2011.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