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이야기
엊그제 문득 EBS프로그램을 살피다가 ‘공부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발견하였다. 공부 잘하는 방법을 연구한 나는, 늦은 밤 방영된 내용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되었다. 주인공은 금년에 00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군산 출신의 신요섭(실명)군이다. 수능 전 영역 1등급을 받았고 EBS 장학퀴즈 제왕까지 획득한 수재였다. 그가 공부한 요령을 보면 일반적인 것 같아도 실현가능한 방법들을 실천한 점이다. ‘즐기면서 공부하자.’는 슬로건에 걸맞게 공부에 싫증을 내지 않고 즐겁게 학습하는 요령을 개발했다. 자기는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방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즉 스스로 외우는 요령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요령이 소개 되었는데 이는 신군의 기발한 착상이기는 하나 많은 심리학자들이 제안한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들이다. 그가 활용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그는 통째로 외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를테면 호르몬 생성기관을 암기할 때 교과서에 그려진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실제로 그림을 재생하면서 암기한다.
또 노래를 만들어 외운다. 소위 두문자법이라는 것으로 앞 글자를 연결하여 외우는 방법이다. 합금 황동은 구리+아연이므로 ‘황구아’ 백동은 구리+니켈이니 ‘백구니’ 스테인레스강은 철+크롬+니켈이니 ‘스철크니’로 만들어 ‘열 꼬마 인디언’노래에 대입하여 암기송을 노트한다. 이렇게 외워두면 오래오래 잊혀 지지 않는다.
아주 좋은 요령은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 보는 것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다 보니,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모의고사, 수능시험문제를 모두 살펴야 하고 참고서를 다 들추어 보아야 하고 강의 테이프도 다 들어야 한다. 출제자의 의도를 분명히 하다 보니 실제 수능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만들어졌다. 그가 만든 언어영역의 문제를 전문가 선생님이 살펴보아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한 결과 언어영역 만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복습할 때는 설명하고 가르치는 방식을 활용했다. 그러니 혼자 중얼 중얼 스스로 묻고 가르친다. 막히는 부분이 모르는 부분임을 알아내고 오답노트를 작성한다. 당연히 why. how란을 두어 실수한 부분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법을 찾는다. 그는 잘못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더 큰 문제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위 몇 가지가 신군을 공부의 달인에 이르게 한 사례이다.
공부하는 요령도 요령이지만 자기를 위해 애쓰고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더 해 주었다. 기숙사에 있다가 모처럼 휴가를 내어 집에 와 보았더니 세탁기가 망가져 있어도 사지 못하고 자신에게는 참고서를 사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도 그럴 것이 사주신 참고서는 가만히 쌓아 두었던 것이다. 당장 학교에 돌아와서는 참고서를 독파하고 오답노트를 충실히 작성하여 수능시험에 대비했다.
영어 학습 능력이 부진해 고민하다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분야별로 문제 유형을 구분하고 유형분석을 통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체크한 다음 기초를 다지기 위하여 단어를 조직적으로 암기하고 문법을 익히고 독해를 해 나갔더니 8등급에서 1등급으로 수직 상승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결론적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공부비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의 달인 신군이 소개한 공부하는 요령을 보면, 머리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학습방법이 따르지 못하면 학습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아무리 머리가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학습하는 요령을 잘 터득하여 지속적으로 학습한다면 학습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학생들의 학습요령, 즉 학습법에 대한 심리학적 논의는 여러 각도에서 진행되어 왔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반복과 연습을 강조했다. 인지주의 심리학자들은 주의집중-지각-시연-정보의 부호화를 강조했다 구성주의 심리학자들은 자주적인 지식의 구성을 강조했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공부의 달인은 행동주의든 인지주의든 구성주의든 간에 기억술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들여다보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비법들이며 자신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즉 공부할 것을 정확히 선택하고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하는 일 뿐만 아니라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아니하는 지구력이다.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의 지혜를 살펴보면 뚜렷한 목표와 성공예감이 중요함을 상기하게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라. 목표를 적기 전까지는 그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글로 쓰면 그것은 겨냥된 목표가 된다. 그것을 종이에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적어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계획할 때 명료하고 정확한 단 하나의 강하고 단순한 선언적인 문장으로 적어라. 종이에 적은 목표를 6장 복사해서 최소한 하루에 3번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보면서 그 맹세가 당신의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도록 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에너지가 방출되어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첫 단계라면 두 번째는 믿음이다. 나는 설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흔들리지 않는 이미지가 당신의 마음속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미지가 생생할수록 목표를 잘 이룰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목표를 세워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성공한 인물이 많은데, 고승덕 변호사는 하루의 17시간이 인간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뉴욕타임즈에 실린 ‘아시아인이 미국자리를 넘본다.’는 기사 중 뉴욕에 사는 중국인이나 한국인, 인도인들은 하루 17시간 일함으로써 업계를 장악했다는 걸 보고 국제 경쟁력을 가진 시간이 17시간임을 터득했고, 고시를 준비하면서 1년을 350일로 잡고 필독 교재 50권(각 500페이지)을 럭키세븐 7번씩 독파하려면 하루에 500페이지를 독파해야 했다. 그는 17시간을 지키기 위해 밥 먹는 시간도 줄이고 등하교길에도 책을 떼지 못했다. 머리가 좋은 분이라 기억술 또한 탁월했음에 틀림없다.
심리학자들이 기억술로 제시한 ‘정교화’ 방법을 보면 두문자법, 핵심어법, 연결법, 장소법, 패그워드법 등이 있다. 두문자법은 앞글자만 따서, 핵심어법은 핵심어를 외워서, 연결법은 시각적으로 기억해야 할 항목들을 연결해서, 장소법은 익숙한 장소의 물체들과 연관시켜서, 패그워드법은 운을 만들어 암기하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개요를 짜거나 도표를 이용하여 정보를 조직화하거나 추상적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심상화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또 단기학습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즉 몇 개로 나눈 단시간의 학습시간이 장시간의 학습시간보다 더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주기적인 휴식은 정신적・신체적으로 재충전 기회를 제공한다. 짧은 휴식도 중요하다. 신군은 수능 1등급 학생이지만 악단의 뛰어난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다. 이러한 휴식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이동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장기기억 속에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습 진도를 꾸준히 나가다가 어느 순간 아무리 노력해도 가시적인 진척이 보이지 않는 시간인 고원상태(plateaus), 즉 학습 정체기에 도달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학습의 일부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력을 하게 되면 학습의 진전이 나타나게 되고, 다음 학습 정체기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학습의 진전이 일어난다. 학습 정체기에 도달할 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학습 정체기는 학습의 정상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공부의 달인이 되려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할까? 아니면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내는 능력만 있으면 가능할까? 아니다.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요, 능력은 비록 뛰어나지 않지만 나만의 공부 비법을 터득하여 요령 있게 지속적으로 학습한다면 유용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전제 하에서 본다면 누구나 공부의 달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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