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세로토닌 쏟아지던 날
세로토닌 쏟아지던 날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노후를 산골 정원에서 보내면서 장수섭생을 하고 몸을 수련하며 정신건강강좌도 빠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대표적 사례이다.
사람들은 건강할 때는 주변을 살피지 않다가도 건강이 나빠지면 그때서야 건강했던 때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눈이 어두워지기 전엔 미처 몰랐던 세상의 아름다움, 사는 곳의 수려함, 삶의 사랑스러움을 새삼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좋은 일을 맞게 된다. 그렇다고 우쭐대는 건 금물. 주변에는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어떤 불행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정종 박사께서도 삶의 기쁨을 노래한 철학교수였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망막박리라는 엄청난 실명선고를 받았고 그로인해 시력을 잴 수도 없는 두꺼운 돋보기를 쓰게 되었다. 그뿐인가. 비가 오고 뇌성 치던 날, 사랑하는 부인께서 담벼락을 지나시다가 갑자기 그 담이 무너지는 바람에 세상을 달리하시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삶이 사랑스러움을 그의 저서 ‘고뇌의 철학’에서 노래하고 있다. 교수님은 퇴임 후에도 고향 가까운 곳에 연구실을 마련하고 건강리듬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아름답게 가꾸셨던 분이다.
살다가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06:00 50년 지기 고교동창생 모임 영상 게시 성공 09:00 석유공급 업체에게 기름보일러 철거 요청 09:30 아내의 제안으로 도시가스 취급소 방문-가스보일러 신청 11:30 회의 참석 의결, 명절 덕담, 집무실 화분 배송 사례 12:00 생일 축하 점심 14:00 석유보일러 철거 14:30 가스보일러 설치 15:00 가스 공급 17:00 수도관 계량기 자동 교체 18:00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 환담 21:00 부부가 같이 하는 달콤한 노래
해석1. 운이 좋았다. 살다보면 재수가 있는 날이 있고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이 있다. 이날은 운이 좋아서 일이 순조로웠던 것이다. 사람마다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운이 있으며, 어떤 일은 운이 맞지 않아서 실패하기도 하고 어떤 일은 운대가 잘 맞아서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운을 점치기도 하고 그 운을 신봉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운 좋게도 그날에 맞춰 수도계량기까지 교체되었으니 그야말로 운이 있는 날임에 틀림없다. 운 좋은 사람은 매사가 순조롭다
해석2. 주도면밀했다. 이날의 행적을 보면 주도면밀한 대목이 엿보인다. 하루 일정은 이미 짜여 있었고 그 틈새를 노려 일의 선후를 가늠하면서 과업이 정해졌다. 이를테면 기름보일러 제거작업을 선순위에 두고 가스보일러 설치를 후순위로 계획한 것이라거나 동시에 기름보일러 속의 잔여 석유를 처분하는 일까지를 아울러 고려했기 때문에 가스보일러가 설치되었고 또 가스보일러 설치와 동시에 가스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게 일정을 맞추었다. 저녁 만남의 행사도 작업시간이 끝난 후로 잡혀 있어 주도면밀한 계획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과였다.
해석3. 뜻을 바로 세우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노후된 기름보일러를 철거하고 바로 재설치할 것인가, 아니면 가스보일러로 대체할 것인가 고심 중에 있었는데,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가스보일러를 설치하기로 하고 가스보일러 업체에 문의한 결과 가스공사가 가능하다는 확답을 얻고 그날의 과업을 계획한 것으로 볼 때 동기가 바르고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믿음에 이르러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일이 순조로웠던 것이다. 사람들은 바르게 뜻을 세우고 일을 진행하면 그 믿음에 따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그날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배경에는 아내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일의 선후를 잘 가려 계획하였기 때문에 뜻하는 대로 성사된 것이다.
해석4. 하루 일과의 순조로운 진행일 뿐이다. 하루 일과는 아침에 어떤 암시가 있으면 대체로 그날의 일이 순조로울지 흔들릴지 예견하는 경우가 있다. 그날은 아침부터 어떤 암시가 있었다. 마음먹은 일마다 순조로울 거라는 암시이다. 그래서 아내의 말을 듣고 보일러 공사 견적도 내보고, 기름보일러 철거 시간도 재보고, 가스공사 시각도 미리 예정한 것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날이기 때문에 회의 사간도 정확하기 시작하여 끝냈고, 보일러 철거와 동시에 가스보일러 설치와 가스공사가 마무리 되고 시간에 늦지 않게 모임에도 참석하게 된 것이다. 아침에 느끼는 어떤 암시가 그날의 과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그렇다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던 재수 좋은 날을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해석1)은 매사를 운에 맞기고 사는 경우이다. 운이 좋으면 잘 될 것이고 운이 나쁘면 난관이이 많다는 미신에 차 있어 주술에 의존하는 때도 있다. 모든 것을 사주팔자에 맡기고 잘되면 제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을 한다. 글쎄 모든 일을 운에만 맡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하루에 탄생한 아이가 무려 1,200명인데 그들의 운명이 똑같다는 말인가.
해석2)는 매사에 주도면밀한 계획을 하면 그 일이 성취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성공을 바라고 사업을 구상하고 그 구상은 빈틈없는 계획으로 짜여 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선후를 가려서 한다면 실패율은 당연히 낮아지게 마련이다. 주먹구구로 계획을 세우고 선후가 뒤바뀌는 구상을 했다가는 시간과 노력이 배가될 뿐만 아니라 비용도 허비하게 된다. 지도자가 부하를 부릴 때도 마찬가지다. 계획성 있게 합리적으로 부하를 부린다면 수월하게 과업을 완수할 수 있겠지만, 부하를 불러놓고서야 졸속하게 이것저것 시키다보면 일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해석3)은 세상사는 사람들이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합리적으로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 경우이다. 남의 조언도 잘 듣고 그날의 과업을 차근차근 챙기면서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워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을 진행한다면 과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하여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믿음의 시크릿(비밀)이다. 일이 순조롭게 성취될 때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세로토닌이 무수히 분비될 것이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석4)는 암시에 관련해서 일을 해석하는 유형이다. 암시란 어떤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놓는 하나의 믿음이기 때문에 앞서 해석1)의 경우와 유사하다. 때로 사람들은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어떤 암시가 있을 때 그 암시를 믿고 일을 행하다보면 일이 잘 풀리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에 어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줄곧 엉클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매사가 어떤 암시에 의해 결정된다는 믿음이라면 그 역시 운에 매달리는 인생임에 틀림없다.
그날, 그에게는 세로토닌 쏟아지는 날이었다.
(2010.10.1.)
*세로토닌(serotonin) 두뇌화학 물질중 하나. 세로토닌 신경은 뇌줄기(brainstem) 가운데 솔기핵(raphe nucleus)이라는 곳에 위치하며 그 수는 수만 개 정도이다. 이는 뇌 전체 신경세포(약 150억 개)에 비해 아주 적은 수이지만 세로토닌은 뇌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 신경은 쾌락, 정열적 움직임, 긍정적인 마음, 성욕과 식욕 등을 관장하고,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은 불안, 부정적 마음, 스트레스 반응 등을 관장하는 데 비하여, 세로토닌 신경은 위의 두 가지 신경을 억제하고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불안한 감정도 갖지 않도록 평온함을 만든다. 세로토닌 신경이 활성화된 사람은 평상심을 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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