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햄릿과 돈 키호테의 함정
햄릿과 돈 키호테의 함정
(에피소드1)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을 읽어보면 선왕을 위한 복수의 함정에 빠진 왕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햄릿은 삼촌 클로디어스의 음모로 선왕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삼촌과 재혼한 어머니 거트루트에 대하여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 평소에 사랑했던 오필리아에 대해서도 냉정하다. 이런 함정에 빠진 햄릿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종국에는 삼촌에 대한 복수를 위하여 미친 사람 행세를 하기에 이른다. 외로운 왕자 햄릿은 감옥과 같은 세상에서 불안과 조바심과 복수심에 불탔지만. 허무주의와 고뇌 속에서 자신의 야망을 펼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에피소드2)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를 보면 환상 속에서 자신을 과대하게 평가하는 함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돈 키호테는 한가로운 시골 귀족이다. 주인공은 기사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자신이 기사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돈 키호테라는 이름과 함께 중세 무기와 복장을 하고, 상상 속의 여인 둘시네아의 사랑도 얻고 기사의 숭고한 이상을 실천하기 위하여 길을 떠난다. 그는 들판을 가로질러 어느 성에 도착하지만, 사실 그것은 주막이었고 그곳에서 그는 주인과 하녀들의 조소를 받으며 기사가 되는 의식을 치른다. 그는 또 길을 가다가 만난 상인들에게 둘시네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실을 말하도록 강요하다가 몰매를 맞고 길가에 쓰러진다. 그러나 돈 키호테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순진한 농부 산초 판사를 설득하여 종자로 삼고 아무도 모르게 두 번째 모험을 떠난다. 거인과 맞부닥뜨려 그와 싸움을 벌이지만 그것은 풍차였다. 양떼들을 적군이라고 착각하고 벌인 모험에서부터 둘시네아를 구하기 위하여 산속에서 고행과 모험을 하기도 한다. 포도주 부대를 거인이라고 착각하여 모험을 하기도 했다. 결국 고향의 신부와 이발사는 그를 유인하여 다시 고향집으로 데리고 간다.
(에피소드1)<햄릿>은 선왕의 유령을 목격하고 그 유령을 통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삼촌의 음모도 알게 된다. 이 이후로 햄릿이 본격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정신병적 행동으로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햄릿의 행동에 대해서 친구 호레이쇼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클로디어스, 거트루트, 폴로니어스, 오필리아 등)은 왕자가 정신이상자로 보인다. 햄릿의 충동적인 모습, 삶에 대한 허무함,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안은 어쩌면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 한 인간의 단면이기는 하다. 햄릿의 심리적인 반응을 보면, 선왕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 클로디어스에게 복수를 함으로써 덴마크의 위대한 왕이 되려고 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고한 결단이 없다.
(에피소드2)<돈키호테>는 이상주의자가 존재하기 힘든 현실의 비정함을 고발한 소설로서 기사도를 주제로 한 풍자 문학이다. 이 소설의 대립적인 두 인물,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이상과 현실, 정신적 물질, 환상과 사실의 충돌을 상징하고 있다. 돈 키호테는 현실을 부정하고 가치 있는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이에 비해 산초판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실제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중시한다. 돈 키호테를 흔히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이상과 환상을 현실로 착각하는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사려성 없는 결단이 먼저였다.
어떤 철학자는 인생이야말로 고뇌와 결단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햄릿의 허무한 고뇌와 돈 키호테의 무모한 결단은 심리적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인생길은 고뇌와 결단이 도사리고 있다. 고뇌와 결단이 없이도 살수 있다거나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필시 그들은 무사안일주의자이거나 낙천주의자이거나 점액질적 기질의 소유자이리라. 현대인의 삶은 고뇌가 필수이며 그에 따른 명확한 결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역사도 근원적으로는 고뇌와 결단의 구조적 표현이다. 철학자 Jaspers 역시 '철학 한다는 것은 하나의 결의의 문제'라고 보고 있듯이 고뇌만 있을 뿐 결단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고뇌 없는 결단은 맹목이요,(경거망동) 결단 없는 고뇌는 공허하다.(우유부단)
고뇌를 풀이하면 결단으로 옮아가기 직전의 전인적 의식내부에 맴돌고 있는 잠재적 미정의 상태라 할 수 있고, 결단을 풀이하면 전인적인 내적 조화가 의식 외부로 나타나는 정신의 집약적 상태라 할 수 있으니, 결단이 이어지는 고뇌라야 생산적이고도 창조적인 것이다.
햄릿은 고뇌 속에서 방황하는 함정에 빠져 결단을 못하고 우유부단한 생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돈 키호테는 아무런 고뇌 없이 맹목적으로 결단하는 경거망동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두 주인공이 걸었던 함정은 우리에겐 반면교사임에 틀림없다. 우유부단과 경거망동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심리적 안정과 철학을 통하여 인간과 그 현실을 지도할 수 있는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며, 인생을 건실하게 영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깊은 고뇌와 사려 깊은 결단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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