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강박심리
엄마의 강박심리
40개월 된 아이의 엄마, 황금돼지님의 글
주위에서 서너 살에 한글을 읽는 애도 있고, 숫자도 줄줄 암기하고,
영어에다 한문까지…. 몬테소리니 가베니 많고 많은 학습지, 학습비디오 등등.
어린이 집도 안 보내고 그저 많이 웃게 하고 재미나게 놀아주고,
서점에 가서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그림책 등 단편 몇 권씩 사서 읽어 주는 게
전부여서
그냥 놀게만 둬도 될까 하는 불안감 초초감이 있었으나,
앞으로 평생하게 될 공부 지금은 원 없이 놀게 해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의 짧은 소신이 맞았다는 걸 오늘 확인 했네요.
조기유아교육 열풍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유아기의 기계적 교육은 아이에게 강박성을 심어주고,
과도한 학습은 심할 경우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으며
대인관계 능력과 주도적 학습능력이 떨어진답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를 위한 공부가 아이를 해롭게도 한다니….
황금돼지님의 글을 보면 지나친 조기교육은 오히려 영유아에게 정신적, 정서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안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은 우리 아이의 능력에 비추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면 어쩔까 하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 집, 유치원에만 보내는 것만으로는 아이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개발시킬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의 능력이나 희망을 무시한 채 과외교습소로 내 모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엄마의 심리상태를 한 번 들여다보자.
황금돼지 엄마처럼 엄마가 선생님이 되어 놀이의 상대가 되어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공원에 가서 꽃구경도 하고, 가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놀게 하고, 스스로 궁리하고 스스로 흥얼거리게도 하고 표현해보게도 하면서 사물과 마주치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우수한 조기교육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한 엄마들은 아이 교육 때문에 초조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
다른 아이들 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할텐데, 이렇게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엄마도 걱정이 많다.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싸우지나 않을까. 선생님에게 꾸지람이나 듣지 않을까, 혹시 넘어져서 울고 있지나 않을까, 용변은 잘 보고 있을까….
귀가한 후에도 질문은 이어진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오늘은 뭘 배웠니? 숙제는 무엇이니?
유치원 일과가 끝나면 이런저런 교습소에 보내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많은 엄마들의 공통적인 심리이기는 하겠지만 아이의 교육에 지나치게 참견하고 확인하고 심지어는 불안해하기까지 하다면 자신의 심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보통 엄마와는 달리 강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강박성이 강하면 자칫 강박증에 이르기 쉽다.
강박심리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자주 마음을 사로잡는 생각이나 이미지들이 마음을 괴롭히고 못 견디게 하며. 이런 생각이나 이미지들을 지워버리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 생각이 되살아오는 경우, 이를 강박적 생각이라고 한다.
또, 강박적 생각을 자꾸 되풀이하는 것을 강박적 반추라고 하는데, 다른 모든 것은 다 잊어버리고 다만 어떤 생각에 강박적으로 집착되어 있는 상태이다. 반추하는 생각은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인간의 운명, 창조 등에 관한 것들이다.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내쫓으려 애쓰면 쓸수록 자꾸 되돌아와 되풀이 되는 것이다.
심한 강박성을 지닌 사람들의 증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세균이나 병에 대한 지나친 걱정
-과도한 청결 행동
-과도한 확인, 점검행동
-정리정돈과 정확성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느라 피곤함
-공격적인 내용의 장면이나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름
-신체 일정부분에 대한 걱정과 집착
-성적인 장면이나 외설스러운 생각이나 상상으로 인한 괴로움
-쇼핑중독(구매광)
-몇 년, 혹은 몇 십 년이 지난 영수증이나 서류를 모아두어야 하고 버리지 못하는 수집벽
-종교적으로 불경스럽다고 생각되는 내용의 공상
-지나치게 양심적인 태도
-지독한 원칙주의
-실수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으로 일을 시작조차 할 수 없음
-쓸데없는 생각들로 인해 주의집중의 곤란, 이해력의 저하
강박적 성격(compulsive personality)은 유년기의 항문적 성격(엄격한 대소변 가리기로 인한 성격의 고착)의 연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스트레스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대체로 융통성이 없고, 적당히 처리할 줄 모르는 완벽주의자이고 쉴 줄 모르는 고지식한 일꾼이다.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항상 어떤 기준을 어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마음 편히 휴식할 줄 모르는 이런 사람은 항상 긴장되어 있으며, 그런 지속적인 긴장상태가 어떤 스트레스 하에서는 더 좋지 않은 증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는 다음의 설문에 응답해 봄으로써 자신이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판단해 볼 수 있다.
-병균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공중전화의 사용을 꺼린다.
-추잡한 생각들이 자주 떠오르고 그런 생각들을 지워버리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정직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매사를 제시간에 끝 낼 수 없어 일이 늦어진다.
-동물을 쓰다듬고 나서는 감염되지 않을까? 하고 매우 걱정한다.
-어떤 일(가스렌지, 수도꼭지, 방문 자물쇠 잠그는 것 등)을 몇 번씩 확인하곤 한다.
-매우 양심적이다.
-내 의지와는 상반되는 불쾌한 생각들이 거의 날마다 떠올라 기분이 상한다.
-우연히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히면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내가 하는 단순한 일상사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우리 부모님은 어렸을 때 나를 매우 엄격하게 키우셨다.
-일을 할 때 여러 번 반복해서 하기 때문에 내 일에 대해서는 환히 알고 있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비누를 더 많이 쓰는 편이다.
-어떤 숫자들은 매우 불길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편지를 부치기 전에 쓴 것을 몇 번씩 확인한다.
-외출하려고 옷을 입을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청결에 대해서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있다.
-너무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쓴다.
-매우 깨끗이 정리되어있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주저하게 된다.
-무엇이든지 반복 확인해야만 한다.
-병균이나 질병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하는 편이다.
-어떤 일을 한번 이상 확인하는 편이다.
-일상적인 일을 할 때도 정해진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따르려고 한다.
-돈을 만지고 난 다음에는 손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소독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일들을 반복해서 확인하느라고 매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 옷을 건다거나 개어 놓느라고 많은 시간을 쓰는 편이다.
-어떤 일을 매우 주의 깊게 했어도 그것이 아주 잘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강박적 성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강박적인 아이는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대소변가리기를 엄하게 다스려진 경우가 많다. 아이는 화가 나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계속 받기 위해서 참아야 했다. 이런 모자관계가 오래 지속될 때 이런 알력이 무의식화 되어 화를 내거나 복수심과 속죄와 순종을 경험하게 된다.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는 세심하고 깔끔한 완벽주의자이며 까다롭고 짜증을 잘 내며 끈덕지고 일을 열심히 하고 애쓰는 사람이며 완고하고 현학적(자기자랑)이며 인색한 사람이 많다. 자기가 하는 일을 검토하고 재검토하며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질서와 청결을 숭상한다.
이런 강박적, 항문적 성격의 소유자는 강박증 환자가 되기 쉽지만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오히려 우울증이 되거나 정신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강박적인 생각이나 행위는 방어적인 심리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견딜 수 없는 욕구나 충동을 표면에 드러내 놓지 못하고 무의미한 행위나 생각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 모두가 방어적인 기제를 가지고 있다면 강박적인 어느 성격들은 오히려 바람직한 성격일는지도 모른다.
강박적 성격에서 벗어나려면 가끔 틀리고 범속에 흐르는 한이 있더라도 완벽주의를 버리고 살도록 한다. 어떤 집착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잠재적 취미와 재능을 발휘할 여러 가능성도 알아볼 일이다. 과로하지 않도록 하며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너무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다. 인생의 변화에 민감한 것이 보통이므로 배우자의 선택, 직장에서의 진급 등이 있기 전에 그에 대한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갖춘다.
어렸을 때 집에서 너무 엄격하게 기르지 않아야 하며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환경의 조정이 필요한 때에는 그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해야 할 것이다. 즉 학교 공포증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아이를 너무 심하게 닦달하는 엄마, 아이를 한 시라도 그냥두면 안 되는 엄마, 아이가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않으면 불안한 엄마,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에 사로잡힌 엄마, 매사에 흩어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엄마는 일단 자신의 강박심리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양육방법에서 본 바와 같이 엄마의 강박성이 자녀에게 전이될 수도 있으니 좀 더 느긋한 엄마가 되도록 자신을 다스려야 할 것이다.
(20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