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성 발달심리
주도성 발달심리
인간은 원천적으로 자율성을 타고났다고 본다.
어떤 명령이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 그 사람의 심리는 어떠할까.
‘명령하지 않아도 하려고 했는데‥ 젠장 명령에 따르기는 해도 기분이 나쁜데. 또 내게 그런 것은 지시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 하려던 참인데, 지시에 따르다 보니 공연히 하고 싶지 않네.’
모처럼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다가 간 아이에게 엄마가 잔소리를 한다.
“너, 이젠 공부해야 되지 않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는 책을 꺼내다말고 주춤한다.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게 타고난 자율성이요 주도성이다.
에릭슨은 4-5세 유아기에 주도성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자율성이 증가하며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보인다. 또한 유아의 인지가 급격하게 발달하여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도전적인 충동을 갖게 된다. 따라서 부모가 하는 일에 끼어들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이 주도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부모의 인정을 받고자 한다.
일본의 히라이 노부요시도 이 시기의 유아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유치원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이야기한다든가 심부름하는 것을 기뻐합니다. 또 마음에는 내키지 않아도 선생님이 차분히 이유를 대며 부탁하면 심부름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이것 이것에 주의해 달라고 지도하면 그것을 잘 듣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도움을 구하는 일은 적습니다.
또 선생님으로부터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을 들으면 그 후에는 하지 않게 됩니다. 좋은 어린이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상당히 강해집니다. 그렇지만 금지하는 일은 적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기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 즉 주도성은, 어린이의 자발성을 도와줌으로써 가능하게 됩니다. 자발성이란 유아의 경우에는 스스로 놀이를 고안하여(자기 사고), 어떻게 놀이를 하면 재미있을까를 스스로 결정하고(자기 결정),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놀이를 전개하여 가는(자기실현) 능력입니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어린이는 무엇을 하여도 좋다고 하는 자유가 주어지면, 스스로 생생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게 됩니다. 자신 혼자서 또는 친구들을 끌어들여서 놀이를 계속해 나갑니다. 그리하여 얼이 빠지거나 우물쭈물하지 않고, 또 언제나 교사에게 “이것을 해도 좋아요?”하고 승낙을 구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교사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는 유치원의 어린이들은 자유가 주어지더라도 멍청하게 있거나 우물쭈물하게 되며, 무엇을 하려면 “이것을 하여도 좋아요?”하며 교사의 지시를 받지 않으면 행동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초중고 대학을 막론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타율-지배적학습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수정하고 재실행하는 자율-자기학습자로 변화하는 공부 방법인 것이다.
초등학교 아동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고 학교에서의 성공과 성취가 자기주도성을 발달시켜 준다. 교사는 아동의 학습이 도전적이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학습자로서의 아동이 공부하는 가운데 높은 성취와 성공을 경험하게 되면 더욱 긍정적인 자아개념이 발달하게 된다. 긍정적인 자아개념이 형성되면 자연히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게 된다. 이 때 부모나 교사는 아동이 높은 성취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사춘기 이후의 학습자는 정신적인 조정능력이 신체발달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종종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실로 질풍노도의 시대인 청소년기야말로 강한 반항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또 사춘기에는 자기의 용모에 관심을 갖게 되어 먹을 내거나 용모를 꾸미는 데 열중한다. 또한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안정적인 보살핌을 원하기도 한다.
부모나 교사가 이 시가의 발달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다양하게 분출된 행동에 대하여 적절한 대처를 할 수가 있다. 변덕스러운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은 동료와의 동질감을 확인하고 자기의 개성을 찾으려는 의지의 반영인 것이다. 특히 교사는 학생들이 슬기롭게 행동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열린 마음으로 솔직하게 토론하는 장을 마련해 주여야 하며 지속적인 조언과 이해를 보여주어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행동에 대하여 교사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처벌을 한다면, 학생은 위축되고 타율적-기계적인 인간이 되게 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학습 혐오증을 유발시키게 된다.
정찬호(마음누리클리닉원장)는 자기주도학습 성공사례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린이 기현’은 취학 전부터 영어 원어민학원, 파아노 학원, 미술학원, 과학영재학원, 논술학원, 수학 과학영재학원을 다녔고 심지어 사회 체육학원까지 안 다닌 학원이 없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단 몇 분도 쉬거나 놀아본 적이 없다.
* 초등학교 5학년, 한국수학인증시험 올림피아드(KMC) 금상
* 중학교 1학년, 서울시교육감 최우수상
* 중학교 1학년, 모대학 영재원 총장상
* 중학교 2학년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금상
고등학교 1학년생인 기현이는 입학과 동시에 무단결석 10번, 무단조퇴 30번, 지각은 거의 매일 밥 먹듯이 한다. 최근에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당구장, PC방, 노래방을 전전하며 새벽 2-3시나 돼야 귀가한다. 심지어 부모에게 막말을 하기도 하고 면담을 요청한 학생주임에게 대들어 결국 교내 징계처분도 받은 상태다. 그런 그가 이제 자퇴를 하겠다며 부모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성적은 물론 바닥을 기고 있다. 아니 아예 공부에 손을 뗀 지 오래다.
기현이는 중학교 시절, 영재고등학교 준비를 하던 중 서서히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소위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공부를 등지고 밖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결국 영재고등학교 시험장 근처도 못가보고 인문계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소위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이 시기에 기현이는 ‘도대체 내가 태어난 이유가 뭘까?’, ‘내가 엄마의 부속물인가?’ 등 자아(自我)에 대한 원초적 성찰이 시작되었고 결국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하며 반항아로 흘러간 것이다.
기현이는 전문적 대화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진 분노감, 공부에 대한 중압감, 부모에 대한 원망 등을 해소하게 되었고, 과잉-선행학습으로 인해 떨어진 뇌기능을 두뇌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보완해 나갔다. 그리고 혼자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그를 위해 자기주도학습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런 공부를 처음 하는 기현이는 "이게 바로 진짜 공부구나!" 라며 기뻐했다.
이제 그를 만난 지 10개월째, 눈에 띄게 공격성도 줄었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자가 되었다.
위 사례는 부모나 교사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 지시와 명령이 가져온 결과는 아이로 하여금 생의 목표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이다.
인간은 본래 선하다. 그리고 자율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기에 부모나 교사의 지도가 따르게 되는데, 그 지도 자체가 학습은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나 지도는 학습자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간접적이고 지원적인 성격에 불과하다.
자율성과 주도성을 기르는 ‘지도’야말로 학습자가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더욱 잘 하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자율성이 부족한 학습자에게도 그것을 보다 더 강력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극하며 도움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올바른 ‘지도’인 것이다.
(201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