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상장

기분 좋은 대화

문기정 2010. 1. 3. 16:58

 


 

기분 좋은 대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발언을 분석해 보면 비지시적 발언과 지시적 발언으로 나누어집니다. 이것은 플랜더스의 연구입니다.


비지시적 발언 유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여러분 어제 일요일에는 재미있게 잘 쉬었나요?”

☞아무런 공포도 주지 않고 학생들의 느낌을 받아들이는 발언입니다.


“참, 좋은 질문이에요.”

“발표를 참 잘했어요.”

☞학생들의 행동을 친찬하거나 권장하는 발언입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유머도 사용하고 학생이 발언을 하면 “으음, 으음”하거나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계속 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복남이가 말한 것을 선생님이 듣기로는 ~라는 뜻이야.”

☞학생의 생각을 받아들이거나 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학생이 발표한 생각을 명백히 하고 도와주거나 발달시키는 발언입니다.


그리고 학생이 답변하기를 기대하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비지시적 발언은 학생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게 합니다.


지시적 발언 유형도 알아보겠습니다.

지시적 언어유형으로는 질문이나 강의 또는 지시하거나 권위를 부리고 비판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어제 우리가 공부한 것은 ~입니다. 오늘은 그것과 관련되는 ~을 공부하도록 합니다.”

☞내용이나 절차에 대하여 강의하거나 설명하는 것입니다.


“철수야, 앞으로 나오너라.”

☞학생들이 복종할 것을 요구하거나 명령하는 것입니다.


“수동이와 철수는 아까부터 뒤에서 장난만 하고 있다. 난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듣고 메모했더니 해마다 우등생이었지 뭐냐.”

☞좋지 못한 학생의 행동을 꾸짖고 비판하고 설교하고 권위를 부리는가 하면 극단적인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위와 같이 지시적 발언이 많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대체로 말이 많다고들 합니다. 지시적 발언이 모두 기분 나쁘게 들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지시하는 말이 많다 보니 기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되도록 그런 발언은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랜더스는 비지시적 발언을 권장합니다. 수업시간에 교사의 발언이 50%이하라야 하며 지시적 발언을 최소화 할수록 좋은 수업이라고 말합니다.

플랜더스의 2/3법칙이 있습니다. 언어 상호작용을 분석해 보면 전체의 2/3는 언어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그 중의 2/3는 교사가 말하고 있고, 교사의 발언 중 2/3는 지시적 발언이라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수업은 위의 2/3법칙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교사의 말을 줄이고 동시에 지시적 발언을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사이의 대화도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즉 유익한 대화와 무익한 설교가 그것입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수가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대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들을 맥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설득하려고 하다 보면, 화가 나서 내 얼굴이 새파래져요. 아이는 내 말이 귀에 들리지 않나 봐요. 꼭 소리를 질러야 귀를 기울이거든요.”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피하려고 하는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설교나 일방적인 훈계를 듣기 싫어할뿐더러 비난을 받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보다 유익한 대화는 어려운 일일까요.

기너트는 다음과 같은 예화를 통하여 기분 좋은 대화를 권하고 있습니다.


야간에 직장에 출근하고, 아내가 낮에 직장에 나가 있을 때, 가사를 돌보는 아버지가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여덟 살 된 아들이 화가 나 있었습니다.


아버지:    아니, 이게 누구야. 화가 났구나. 정말 화가 무척 많이 났어.

아들:      나 화났어요. 정말 많이 화났어.

아버지:    오, 그래?

아들:      (아주 작은 소리로)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집에 왔는데, 아빠가 없잖아요.

아버지:    네 말을 듣고 보니 기분 좋은데? 알았어. 학교에서 돌아올 때, 내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아들은 아버지를 포옹합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놀게 됩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장을 보러 가야 했어. 장을 보지 않으면 먹을 게 없잖아?”하며 집에 없었던 이유를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 대신 아들의 기분과 불만을 인정한 것입니다.


무익한 설교도 이루어집니다.


딸:        엄마도 실망할 거야. 시험에서 B밖에 받지 못했어요. 네가 A를 받기를 엄마가 얼마나 바라는지 알아.

어머니:    엄만 상관없어.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딸:        그런데 엄마는 왜 내가 A를 받지 못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요?

어머니:    내가 언제? 네가 실망해 놓고는 나를 비난하니?


딸은 울음을 터뜨리고 방에서 뛰쳐나갑니다. 어머니는 딸이 자신의 실망감을 원하지 않고 엄마인 자기에게 그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을 지적하여 다툼을 벌였기 때문에 딸의 기분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요.

“내가 네 성적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지? 성적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네게 맡겨주었으면 한다는 거 나도 알아.”


우리가 상대방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도 그 노력을 평가해 주는 것입니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학생이나 자녀들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연습해야 합니다. 


(2010.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