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상장

[스크랩] 고맙습니다, 선생님

문기정 2009. 12. 14. 09:29

 

 

 

고맙습니다, 선생님

 

 

 

 

 <에피소드1>

 -교사가 질문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거수를 합니다. -교사는 중간 수준의 학생을 먼저 지명합니다. -학생은 미완의 답을 말합니다.

 이 때 교사의 반응은 두 가지 양태로 나타났습니다.

 

 ①교단 초년생인 정 선생님은 기분이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아니야, 틀렸어! 다른 사람?”

 학생들이 조용해집니다. 거수하는 학생이 줄었습니다.

 

 ②정년을 바라보는 옆 반 박 선생님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그래, 잘 말해 주었어요. 그런데, 발표 내용 중 뒷부분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학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합니다.

 “아! 선생님, 이런 말씀이시군요.”

 박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때 학생들이 환호의 박수를 보냅니다.

 

 <에피소드2>

 아홉 살 된 수철이는 교사에게 숙제를 보여 주었습니다.

교사: 틀린 곳이 많아, 이 문제들은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

수철: 날 꼭 바보 같다는 듯이 쳐다보시네요.

교사: 그래? 그럼 내 표정을 좀 더 부드럽게 해야겠는 걸.

수철: 부드러운 게 뭐에요?

교사: 점잖고 상냥한 거야. 네 숙제는 무척 어려웠어. 문제도 많았지? 그걸 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힘도 들었을 거야.

수철: 네. 정말 그랬어요. 선생님

수철이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문제를 살펴보고 틀린 곳을 고치기 시작합니다.

 

 하임 G 기너트(1922-1973)의 말을 좀 인용하겠습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속에서 베어나는 태도입니다. 누구나 이런 태도가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사실 교사들은 듣고 또 듣는 소리에 신물을 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나도 벌써 알고 있어요, 달달 외우고 있다니까요. 뜻을 받아주고, 존중해 주고, 좋아해 주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고, 탐구하고 실험하여 성취하는 능력을 길러주라는 거예요. 너무나 많을 걸 요구하고 있어요. 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지만 솔로문의 지혜, 프로이드의 통찰력, 아인슈타인의 지식, 나이팅게일의 헌신하는 마음만 없어요.”

 이론적으로는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지만, 불행한 것은 생각만으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1>을 통하여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학생의 응답에 어떠한 피드백을 주는가에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직경험이 얕은 정 선생님의 경우, 그 응답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응답자에게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고 학생의 응답을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잘 알고 있는 학생이 누구인지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 응답을 했던 학생의 심정을 헤아려 봅시다. ‘내가 잘 못 말했구나. 내가 잘못했어. 선생님에게 미안한 걸.’

 이렇게 생각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젠장, 공연히 말했지 뭐야. 가만히 있었으면 무시당하지 않았을 텐데… 앞으로는 선생님의 질문에는 잘대로 대답하지 않을 거야. 재수 없어.’

 십중팔구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정 선생님은 학생으로 하여금 학습 실패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박 선생님은 오답 부분을 인지시키고 생각할 기회를 한 번 더 줌으로써 정답에 이르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이 학생은 틀림없이 다음과 같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짚어주시지 않으셨으면 난 영영 몰랐을지도 몰라. 그런데 선생님이 힌트를 주셔서 옳은 답을 찾아낸 거야. 나를 무안하게 하시지도 않고 내 생각으로 정답을 말하게 해주신 박 선생님, 고맙습니다.’

 

 <에피소드2>에서는 되레 선생님이 비난을 받았지만, 공격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싸우기 보다는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교사는 이와 같은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이게 감성적인 삶의 속성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 감성에 따라 가르침과 배움이 가능해지기도 하고 불가능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2009.12.21)

 

 

 

출처 : 문기정 심리교육 에피소드
글쓴이 : 문기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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