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네 탓이오.` 신드롬
‘네 탓이오.’ 신드롬
<에피소드1>
영수는 달리기 선수입니다. 언제나 100m경주에서 1등입니다.
어느 날, 시골에서 건장한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다리가 길고 가슴통이 넓은 것을 보면 아마 달리기를 잘할는지도 모릅니다.
체육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골 친구가 어깨를 으쓱해 보입니다. 그래도 영수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탕”
달리기 경주가 시작되었죠.
어찌된 일일까요. 영수가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2등으로 들어옵니다.
영수는 입이 퉁퉁 부어 언짢은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내 운동화가 너무 낡았어.”
<에피소드2>
서예시간입니다. 철수는 서예라면 자신이 있습니다.
철수도 지금까지 연습했던 한글 궁서를 정서하여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도 작품을 제출합니다.
철수의 작품은 왠지 다른 친구들보다 매끈하지 못합니다.
“이놈의 붓이 말썽이야. 오늘 사서 처음으로 써 보았는데….”
<에피소드3>
‘우리 집은 왜 이 모양일까. 다른 씨족들은 조상들이 남긴 유산으로 유복하게 사는데, 우리 집은 이 모양이니 조상을 잘 못 만났지 뭐야.’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가 한 일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거나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일의 결과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물 때문이라며 책임을 내 던지는 심리를 갖는 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쓰라리고 용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기의 감정을 남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자신은 마음 편하도록 눈가림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주변에서도 흔히 보는 일이기도 하죠.
자신의 약점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바로 그 점을 남에게서 발견하여 심히 공격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못하고 그 흠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심사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된 것일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불명예스럽고 고통스럽고 더럽고 몹쓸 감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느끼고 감당하기가 괴로운 일이므로 그것을 남에게 떠넘겨버리고 자신은 마음 편하게 있으려는 심리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마음속에 적개심이나 공격심을 갖고 있거나, 시기심이나 미운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 자신의 신분 상 그것을 인정하기 싫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느끼면 더욱 불안하게 되므로, 정말은 자기 마음이지만 남이 자기를 그렇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실을 왜곡하여 자기를 속이는 꼴이 되지만 실상 자기 마음은 편하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증후군을 ‘투사(projection)’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기제는 자기방어의 한 수단입니다. 즉 자기의 결점이나 무능력의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타인 역시 그러한 결점이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1>의 경우, 영수 자신이 달리기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 운동화 때문’이라고 탓하는 것입니다.
<에피소드2>의 경우에서도 자기의 서툰 글씨 원인을 새로 산 ‘나쁜 붓’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열등감이 극복되니까요.
<에피소드3>은 요즘 세태에서 많이 보고 듣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소위 ‘잘되면 자기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투입니다. 잘 못된 원인은 자기에 있지 많고 모두 조상에게 있다는 투로 생각해 버리니, 이런 기제가 버릇되면 과격하게 비판을 일삼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을 비관하거나 남을 혐오하게도 됩니다.
‘네 탓이오’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너를 미워한다. → 네가 나를 미워한다.
얼마나 우스운 판단입니까.
우리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네 탓이오’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보입니다. 자신의 약점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바로 그 약점을 남에게서 발견하고서는 그를 심히 공격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이런 신드롬을 가진 사람들인 것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입니다.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는 버릇, 자기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버릇은 결국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기제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그 버릇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정신의학적 처방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내 탓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네 탓이오’ 증후군은 사라질 것입니다.
(2009.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