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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理放談

[스크랩] 공감한다는 것

by 문기정 2012. 7. 1.

공감한다는 것

 

일전에 책을 한 권 펴냈다.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쓴 글이 어쩌면 친지들에게 도움이 될듯하여 편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이미 앞 주에 소개한 것으로 50개의 주제로 구성되었고, 첫 부분은 삼리방담, 둘째 부분은 심리교육, 셋째 부분은 심리발달로 엮었는데, 심리방담은 일상의 심리 상황을 이야기 했고, 심리 교육은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간의 심리를 다루고, 셋째 부분에서는 초기 교육과 가정교육에 관한 글들이었다.

한정판이다 보니 나의 친지들을 가려서 나누어주게 된 것이다.

 

 

 

 

 

배본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 나의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다.

둘째, 나의 책을 읽고 나를 이해해 줄 분들이다.

셋째, 친족들에게는 나의 기본적인 믿음과 철학을 전수하기 위하여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배본한다.

넷째, 그간 나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주신 가까운 분들이다.

다섯째, 사랑하는 제자들 중 항상 가까이서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000부는 우리 학원에 우선 배정하여 부서장들과 학과장, 팀장들에게 배부토록 했다.

000부는 나와 뜻을 같이 한 사범학교 동기생들에게 발송했다.

00부는 초, 중학교 동기생들에게 배부했다.

00부는 과거 재직 대학에서 교수-학습방법을 공동으로 연구한 분들에게 배부했다.

00부는 내가 관여하는 모임 회원 중 집무실을 직접 방문한 분들이다.

00부는 유아교육계 교수님 몇 분과 가까이 있는 제자들이다.

00부는 친족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00부는 은사님들과 친분이 두터운 선후배님에게 보낼 예정이다.

 

책을 배송한 후 일주일.

다양한 반응을 보게 되었는데,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받은 즉시 감사의 말 또는 문자를 보내는 형

2. 전화로 전하지 않고 문자만 보내는 형

3. 책의 내용을 하루 이틀 살핀 후 전화나 메일, 문자를 보내는 형

4. 책의 내용보다도 퇴임 후위 기록에 대하여 격려하는 형

5. 책의 내용을 곰곰이 살피고 그 유용성에 대하여 언급하는 형

6. 책을 받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형

7. 배본 후 만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형

 

책의 내용이 문제다.

주제들이 자신의 사고와 가치와 철학에 부합 되는가 아닌가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형을 분석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것이 그 내용인 것이다.

가령,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여행 기록에 주목할 것이고, 연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연애 소설이나 외설 모음에 주목할 것이고, 육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육아법을 다룬 책에 주목할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 영역 밖이거나 학문적인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나의 발간서의 경우에는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심리교육에 관한 글들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생소하거나 소원할 수가 있다. 예능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도 시시콜콜한 심리 문제를 다루는 것에는 관심이 적을 수 있고, 이야기를 잘 꾸미는 분들도 관심 밖일 수 있다.

 

그런데, 사범교육을 받은 분들이나 사범학교 동기생들,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의 반응은 아주 달랐다.

그들은 현장에서 심리교육을 하신 분들이고 평소에 자신이 풀어야 할 심리적 과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고 한 줄 한 줄 빠뜨리지 않고 음미하는 분이 많았다. 정독하면서 상황을 머릿속에 재현하는 분들은 다소 과장해 말한다면 글을 금과옥조로 보려고 한다.

 

-인생론을 탐독하는 친구, 화백의 말

50개 주제 중 다섯 개를 읽었네. 한 주제 한 주제를 넘기면서 많은 학자들도 만나고 생생한 일화도 들으며 반성도 하고 새로운 용기도 얻게 되었다네. 고맙네.

 

-교육계의 수장을 역임하고 퇴임 후 대학 강단에 섰던 동기생의 말

책을 펼치고 읽는 도중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50개의 소주제가 하나같이 공감이가는 내용인데다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의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도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현재 서울지역 대학교에서 강의를 계속하는 친구의 말

남곡! 벗님의 곧은 길 돌아가는 길을 기쁨과 감격으로 받아보았네. 목차만 일별해도 친근함과 뿌듯함을 금할 수 없네. Neill이 운다, 행복 시크릿, 심리적 이유.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었네. 벗님의 열정과 성취를 축하드리네.

 

-교수-학습방법 연구를 수행했던 과거 동료들의 말

퇴임 후에도 심리교육방법을 연구해 주시는군요. 00한 마음입니다.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 주셔서.

귀중한 책을 보내셨군요. 바른 교육을 이어가는 후배가 되도록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책의 발간을 격려해 준 소요정담 팀(재직대학의 퇴임 동료 모임)의 말

남곡 문기정 교수님은 40여년의 교직생활을 통해 갈고 닦은 노하우를 '곧은 길 돌아가는 길'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문기정 교수님은 "원칙과 일관성 있는 교육은 '곧은 길'이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원칙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규칙을 조정하는 '돌아가는 길'이야말로 양육자에게 요구되는 융통성이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옥같은 문기정 교수님의 저서가 교육의 현장에서 빛을 발하여 대한민국의 장래를 짊어지고 갈 동량을 기르는 원동력과 지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목, 표지화 뿐 아니라 글 내용도 짱입니다. 만나고 또 만나도 더더 만나고 싶은 다정다감하신 남곡님! 소요정담 멤버들을 맘먹고 편집후기에 배려해 주심도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곧은 길 돌아가는 길'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파이팅!!!

곧은 길, 돌아가는 길 출간을 축하합니다. 퇴임 후 남곡한실의 연구실에서 교학상장을 위한 변함없는 연구와 집필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와 공감이었으며, 이 값진 책에 표지화를 그리게 됨은 너무 큰 영광이었습니다.

 

-애독자, 목단꽃님

'곧은 길 돌아가는 길'. 문기정 교수님의 주옥같은 저서를 보는 순간 평소에 아름답고 풍요하게 마음을 가꾸시는 진실하신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마음의 밑바닥에 와서 닿는 인생의 지침서처럼 천천히 흔들어 주는 손길을 느낍니다.

 

 

책을 배송했으면 그만이지 무슨 반응까지 연장해서 생각하는가.

흔히 노년기에 들면 책과 거리를 두게 된다. 우선 기력이 쇠잔하고 노령의 고민 때문에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 눈도 어둡게 되어 잘게 쓰인 글은 아예 읽으려들지도 않는다. 또 많은 것을 달관한 분들도 자기 수준에서 벗어난 글은 읽지 않으려 하고 더욱이 노령인사가 쓴 글은 덮어두려고 한다.

체면치레로 몇 주제를 읽고 저자와 만나면 책의 내용이 자기에게 유익했다는 인사를 하거나 과장해서 칭찬의 말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책을 받기는 했지만 그 내용을 잘 살피지 못하여 아예 독후 소감을 피력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관심이다.

주관적인 관심은 자기의 철학과 저자의 철학이 합치할 때 관심 있게 읽을 수 있다.

사회적인 관심은 남이 잘 읽었다고 해서 비로소 자신도 읽어보게 된다.

학문적인 관심은 자신의 학문영역과 일치될 때 관심이 더해진다.

교육적인 관심은 현장교육 경험자로서 자신이 봉착했던 교육문제를 다룰 때 관심이 더해진다.

자기의 관심영역이면 공감이 되지만 관심 영역 밖이면 아무리 잘 꾸며진 책일지라도 공감하기 어렵다.

 

 

책을 나누어주고 반응에 신경 쓰고, 자잘한 칭찬과 격려에 열광하고, 자신의 글을 읽어서 좀 더 교육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집착한다면 차라리 글을 쓰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관심 밖의 글을 읽기를 강요하거나 무관심한 대상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질 바에야 처음부터 글 쓰는 일이나 배본하는 일을 접어야 한다.

배송 받은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자신의 글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아주기를 바라고 자신이 읽는 대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읽게 해 준다면 더 없는 보람일 것이다.

 

(2012.7.1.)

 

 

 

 

 

출처 : 문기정 심리교육 디오라마
글쓴이 : 문기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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