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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상장

[스크랩] 속마음을 알아준다면

by 문기정 2010. 1. 11.

 


 

속마음을 알아준다면




 

<에피소드1>

철수는 잔뜩 화가 나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학교에서 소풍을 가기로 헸는데, 그만 비가 왔기 때문입니다.


어머니A:  비가 와서 못 간 걸 울면 뭐하나? 다른 날 가면 되잖아?  내가 비 오라고 했니? 나한테 화를 내게….

 


어머니B:(‘소풍을 가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해 있어. 실망한 거야. 내게 화 낸 것은 자기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해서야. 화를 낼 만도 하겠지. 녀석의 기분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 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너 무척 실망한 모양이구나.

철수:      예, 기분이 나빠요.

어머니:   소풍날을 그렇게 기다렸는데.

철수:      정말 그랬어요.

어머니:    소풍 준비를 다 해 놓았는데, 그만 몹쓸 비가 와 버렸어.

철수:       맞아요. 정말 그랬어요.

             (잠깐 침묵이 흐른 뒤)뭐. 오늘만 날인가요.


<에피소드2>

어느 날 여덟 살 된 영희가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는데 무척 화가 나 있었습니다.

영희:      나 학교에 안 갈래.

어머니:   화가 무척 난 것 같네. 무슨 일인지 엄마한테 이야기해 볼래?

영희:      선생님이 내 숙제를 찢었어. 얼마나 노력해서 한 숙제인데. 한 번 들여다보고는

             찢어버렸어.

어머니:   네 말을 들어보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화를 낼 만도 하겠구나!


<에피소드3>

아홉 살 된 수철이가 무척 기분 나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와 불평을 털어놓았다.

수철:      선생님 때문에 오늘 너무 힘들었어.

어머니:   힘들어 보이는구나.

 

수철:      도서관에서 아이 둘이서 떠들었거든. 근데 선생님은 떠든 아이들이 누구였는지도 몰랐 어. 그래서 단체로 벌을 주었어. 모든 아이들이 거의 하루 종일 복도에 서 있었어.

 

어머니:    반 아이들 전체가 공부 대신 하루 종일 아무 소리 없이 복도에 서 있었구나.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었겠니?

 

수철:      그래서 내가 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렸어. “선생님, 선생님은 떠든  사람을 찾아낼 수 있잖아 요. 그러면 우리 모두가 다 기합을 받지 않아도 되고요.”

 

어머니:    세상에 아홉 살 먹은 애가 선생님을 가르치려고 들었구나! 한두 명이 잘못한 것을 가지고 단체 기합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을 하다니!

 

수철:   그래 봐야 소용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소리를 듣더니 선생님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어요.

어머니:    그래, 네가 선생님의 마음을 돌려놓지는 못했어도, 기분을 바꿔 주었구나.



<에피소드1> 철수의 어머니를 어머니A와 어머니B로 상정해 볼 때 행동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아주 다릅니다.  어머니A는 상투적인 말로 철수를 나무라고 있지만, 어머니B는 새로운 방법으로 아이의 마음을 달래보기로 한 것입니다.

 

격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들은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달래거나 야단치고 충고를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기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주기 바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에피소드2>는 아이가 선생님에게 야단맞았다고 했을 때, 자세한 내용을 묻는 대신에 다만 아이가 겪었을 아픔과 부끄러움, 그리고 복수심 같은 것에 대하여 이해하는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다른 언급을 하거나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면서 딸의 기분을 이해해 주고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결과 영희가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에피소드3>을 보면 어머니는 수철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감정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견해를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태도를 평가해 주자 기분이 좋아지고 화가 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기분이 어떨지 부모는 다 압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말로 표현해 주면, 아이들은 자기들이 겪은 일을 이해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행동에 대하여 비난하지 않고 감정을 말합니다.


“많이 당황했겠구나.”

“그 때는 선생님이 미웠겠구나.”

“무척 기분이 상했겠는데.”


불행하게도 부모님들은 감정을 말하는 데 서툽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화를 내며, 그럴 때 부모들은 대부분 화를 냅니다. 아이를 나무라게 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말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요.


부모들은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는 대신에, 당황한 기분에 반응하여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속마음을 제대로 느낄 때 아이들은 명확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아준다면, 아이들은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귀담아 듣게 될 뿐만 아니라 자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0. 1. 11)

 


 

출처 : 문기정 심리교육 에피소드
글쓴이 : 문기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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