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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제자들

나의 마지막 강의

by 문기정 2008. 6. 15.
교직에서의 종강!

 

정년을 앞 둔 사람이 마지막 수업 시간을 맞으며 어떻게 마무리를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 시간이 여러분과의 마지막 만남이다. 그 동안 내 강의를 경청해 주어 고맙다.’

이건 아니다.

‘아무 말 없이 강의 진행하고, 이게 나의 마지막 강의였노라고 마음 속으로 자족하는 것이 어떨까.’

그건 너무 싱겁고 종강의 의미가 없다. 그래도 내 생애 교단을 이어왔고, 정년을 하게 되면 다시는 강단에 서지 못하게 될 터인데 좀 더 의미를 붙여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도록 해 보자.

 

종강을 앞두고 마지막 남기고 싶은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수업안을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그리고 내 캠코더 두 대를 동원하여 마지막 수업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1학년 학생들과는 교육심리학 강의를 마치며 방학중에 이 책을 읽으면 더 깊은 의미를 알게 될 것이며 자신을 위하여, 유아교육을 위하여 예비교사로서 최선을 다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들에게는 정년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3학년생들은 좀 다르다. 3년 간 지도교수였으며 6개월 후면 졸업이 될 직전 교사들이기 때문에 준비한 수업과 수업기록을 하려는 것이다.

 

과목을 종강하고 나의 마지막 강연 20분을 기록하기 위하여 캠코더 한 대는 나를 향하게 하고 다른 한 대는 학생들을 향하게 설치한 다음, 나의 ‘아름다운 교단’이라는 주제를 영상으로 내 보냈다.

 

아름다운 교단.

나의 교단 여정(1961-2008)은 이러하다.

나의 강의를 받은 수강생을 헤아려 보니 무려 9,500명이다. 초등 1,100명, 중등 900명, 유아교육과 4,000명, 방송대학, 1500명, 연수원 500명, 보육교사 1,000명, 대학과 대학원 500명 등.

 

교단 초기 10년은 ‘고향사랑’교육기간이었다. 입시교육 열풍,l 교과중심/생활중심 교육과정의 복합, 행동주의 방식의 교육 그것이었다.

후 10년은 ‘학문사랑’ 기간이었다. 광주에 전입되어 비로소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고 교육대학교 부속초등학교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2년 간 중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대학에 출강하였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동강사랑’ 25년이 되었다.

 

우리 유아교육과에서 강의한 25년은 의미가 있어왔다. 5년씩 나누어 보니 1기는 교육방법 연마기, 2기는 대학 운영 참여기, 3기는 대외 연수활동 지원기, 4기는 학과운영 충실기, 5기는 교육방법 보급기였다.

 

교직을 전문직이라고 한다. 그것은 내가 아니면 수행할 수 없는 전문화된 직종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교육격언을 음미해 보라. 우리는 연수활동과 수업연구, 그리고 평생학습을 통하여 전문성을 높여가야 한다.

학교에 학생이 있어 우리는 존재한다. 참다운 교사는 열정, 온정, 공감, 신뢰, 경청, 정직 그리고 일관성을 가지고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래를 위한 교육은 학생의 가소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기초 기본교육에 충실하고 인성 교육, 세계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의 사고는 닫혀있는 경우가 많다. 유아들, 우리의 미래인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사고는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이 나의 마지막 강연 요지.

 

제자들은 조용히 경청했다. 물론 박수를 보내며.

나로서는 의미를 부여하는 20분 강연이었으나, 학생들에게 얼마만큼 와 닿았는지는 미지수다. 내 자신의 위안을 얻은 셈인가.

 

다음 날, 다른 반의 수업이 종료되는 순간, 3학년 학생들 모두가 모였다. 물론 박 교수(유아교육과)의 예고로 이루어진 이벤트인 것 같았다. 교탁에는 축하메시지가 담긴 꽃바구니와  케익이 놓이고 학생들이 기립했다. 동료 교수님의 마지막 수업 헌정시가 낭송되고 두 교수님과 학생들의 꽃다발이 이어졌다. 나는 엉거주춤 행복한 모습이었으리라. ‘스승의 은혜’를 노래하고…. 분위기가 석별의 정이었다. 박 교수는 눈물까지 보이고 몇몇 학생은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아름다운 교단을 지키면서 여러분과 같은 아름다운 학생들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교단을 마감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긴 세월 수업을 하면서 한결같이 수업시간을 지루해 하지 않았던 것은 여러분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쁜 날 웃어주기 바란다.”

우리는 웃으며 촛불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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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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